자유게시판

지구와 충돌 가능성 100만분의 1…그러나 우주에선 종이 한 장 차이

작성자
난데
작성일
2019-05-06 06:10
조회
209
러시아 현지시각으로 2013년 2월15일 오전 9시쯤, 우랄산맥 기슭의 한 대도시 상공을 불덩어리 하나가 빠르게 가로지른다. 난데없는 광경에 놀란 시민들을 뒤로하고 불덩어리는 지상 가까이로 순식간에 이동하며 굉음을 내고 폭발한다. 낙하지 주변 공장과 주택 7000여동이 부서지고, 부상자는 무려 1000여명에 달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 소행성 낙하 사건이다.

이러한 소행성 낙하 장면이 도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히면서 우주에서 날아든 재앙으로 인한 공포는 피해 지역인 첼랴빈스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번졌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크고 작은 소행성 수백만개가 태양 주위를 도넛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언제든 이것들이 지구로 날아들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워싱턴서 ‘행성방위회의’ 개최

‘야르코프스키 효과’ 등 논의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행성방위회의’에선 바로 소행성 충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심도 깊게 오갔다.

행성방위회의는 2004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행성과학자들이 꾸준히 열었지만, 올해는 더욱 긴장된 분위기 속에 개최됐다. 지구로 바짝 접근할 시점이 꼭 10년 앞으로 다가온 소행성 ‘아포피스’ 때문이었다.

아포피스는 고대 이집트 태양신 라(Ra)를 삼킨 뱀의 이름을 따 지은 소행성으로 2004년 처음 발견됐다. 아포피스는 10년 뒤인 2029년 4월13일, 지구 앞 3만1000㎞까지 접근한다. 꽤 먼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2015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초근접 소행성으로 정의한 또 다른 소행성은 지구와 50만㎞ 떨어져 있었다. 아포피스보다 17배나 먼 지점을 통과했는데 지구를 스친다고 본 것이다. 아포피스는 말 그대로 습자지 한 장 차이를 두고 지구를 지나는 셈이다.

문제는 아포피스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려워 지구를 스치기만 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바로 ‘야르코프스키 효과’라는 천체 현상이다.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행성방위회의에 모인 과학자들이 야르코프스키 효과의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고 전했다.

태양을 바라보는 소행성의 면은 뜨겁게 달궈지며 열을 머금는다. 이렇게 달궈진 면은 소행성이 회전해 태양 반대쪽을 향한 뒤에도 여전히 열기를 내뿜는다. 이렇게 튀어나가는 열기에서 일종의 추진력이 생긴다는 게 야르코프스키 효과다. 노를 저으면 그 반작용으로 배가 전진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사실 야르코프스키 효과가 만드는 추진력은 매우 작다. 문제는 야르코프스키 효과가 일어나는 곳이 우주라는 데 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로 생긴 힘을 감소시킬 공기 저항이 우주에는 없고, 소행성의 크기가 수십 또는 수백m에 불과하다면 궤도를 바꿀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된다.

무엇보다 우주는 광대하다. 조금만 방향이 바뀌어도 초속 수십㎞로 이동하는 소행성에는 엄청난 궤도 변화가 생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선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차선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약 과학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야르코프스키 효과가 생겨 아포피스의 궤도가 바뀐다면 2036년 지구를 다시 찾아올 아포피스의 지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로선 아포피스가 2036년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은 10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얘기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야르코프스키 효과로 궤도가 얼마나 변할지 알려면 오랫동안 관측 자료가 쌓여야 한다”며 “2029년 지구에 아포피스가 접근할 때 집중적인 탐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에 더해 아포피스가 2029년 지구 중력의 영향까지 받으며 궤도가 2중으로 틀어질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는 게 행성방위회의에 모인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험이 가중되는 셈이다.
전체 0